KAIST 김양한 교수 "공공장소에서 나에게만 들리는 스피커 가능"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스피커의 볼륨을 줄이지 않은 채 이어폰을 사용하지 않고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도 주지 않으면서 음악을 혼자서만 즐기는 것이 가능할까?
국내 연구진이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악 소리가 주변 사람들에게는 들리지 않고 사용자에게만 들리는 개인용 음향시스템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김양한 교수팀은 26일 컴퓨터 모니터에 소형 스피커 9개를 수평으로 배열, 사용자의 귀 주변에서만 소리가 들리게 하는 '음향집중형 개인용 음향시스템((sound focused personal audio system)'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는 개인용 음향시스템의 실현 가능성을 처음으로 입증한 것으로 이를 발전시키면 공공장소에서 MP3플레이어나 PMP 등을 사용할 때 이어폰이나 헤드세트를 사용하지 않고도 사용자 혼자 음악을 즐기는 것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은 이를 27일부터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서 열리는 미국음향학회(ASA) 학술회의에서 발표할 예정이며 ASA는 이 연구결과를 주목할 만한 내용으로 선정해 자료를 미리 공개했다.
사용자에게만 들리는 개인용 음향시스템은 음파가 충돌할 때 서로 간섭을 일으켜 소리가 더 커지거나 약해지는 현상을 이용한 것이다.
모니터에 일렬로 배치된 스피커 9개에서 나오는 음파들을 제어해 모니터 정면 방향의 지름 30㎝ 크기 원 영역(청취영역)에서는 소리가 커지는 보강간섭이 일어나게 하고 다른 공간에서는 소리가 약해지거나 없어지는 상쇄간섭이 일어나도록 한 것이다.
9개의 스피커에서는 800Hz에서부터 5kHz까지 주파수가 다른 음파가 나오며 이들 음파들은 정면 방향의 사람 얼굴 크기 정도 공간에서는 상호 보강간섭에 의해 소리가 커지고 이곳을 벗어난 곳에서는 상쇄간섭을 일어나 소리가 작아지거나 없어진다.
연구진이 이 시스템을 만들어 모니터에서 40㎝ 떨어진 곳에서 소리의 크기를 측정한 결과 청취영역에서 들리는 소리가 그 밖의 공간에서 들리는 소리보다 20㏈ 이상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는 올해 초 10대 미래과제 중 하나로 개인용 음향시스템 구현을 꼽은 바 있다"며 "이 결과는 개인용 음향시스템을 구현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기술을 발전시키면 궁극에는 휴대전화나 컴퓨터 모니터, 혹은 TV를 볼 때 다른 사람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이어폰을 사용하는 불편이 해결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하지만 이런 음향시스템을 실용화하려면 성능을 평가할 수 있는 지표 선정이나 다양한 목적에 맞는 음향시스템 모델 개발 등 풀어야 할 과제들이 아직 많다"고 덧붙였다.
김양한 교수팀이 개발한 음향집중형 개인용 음향시스템(실험장치)